기러기는 달 밝은 가을 밤 정취에 어울리는 철새다. 날씨가 추워지면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온다. 기러기는 선두에서 인솔하는 우두머리의 날갯짓을 따라 일정한 대형을 유지한 채 수만 리를 날아간다. 사람들의 귀에 들리는 기러기 울음소리는 거센 바람을 헤치며 앞장서는 우두머리가 지치지 않도록 뒤따르는 기러기들이 보내주는 응원의 외침이다. 기러기들이 비행하는 브이(V)자 편대는 공중에서 상승기류를 만들어 장기간 날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혼자서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거리일지라도 바람을 이용해 함께 날아가면 편하게 갈 수 있다는 것을 기러기들은 알고 있다.
기러기의 비행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지혜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공공의 선과 사회발전을 위해 앞장서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성공의 상승기류는 혼자의 힘만으론 만들어낼 수 없다. 사회공동체 속에서 독불장군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가는 것이 가장 빨리 가는 길이다.
가을이 본격적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하늘 위의 기러기부터 논밭의 벼이삭까지 계절이 주는 교훈을 놓치지 않는다면 마음과 정신의 가을은 훨씬 더 풍요롭게 될 것이다.
고일호 목사(서울 영은교회)
<겨자씨/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