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1-13 00:00
하나님의 일과 세상 일
절집에 가려면 가장 먼저 일주문(一柱門)이라고 부르는 산문을 통과합니다. 일주문은 속세(俗世)와 성세(聖世)를 구별하는 경계점이기 때문에 틈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둥이 하나인 일주문을 만듭니다. 일주문 이쪽은 속세이고 넘어 저쪽은 ‘이 세상과 다른 딴나라’라고 합니다.
이 불교의 성속을 구별하는 사상이 우리나라 기독교 안에도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와 기독교도 이 세상을 성속으로 구별합니다.교회 안에서 하는 일은 ‘거룩한 일’이라 하고 교회 밖에서 하는 일은 ‘세상 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주일에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가는 것을 ‘세상으로 간다’고 표현합니다. 목회를 하는 것을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하고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을 ‘세상 일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구별은 기독교적 관점이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불교와 유교의 영향권 아래 있다 보니 나중에 들어온 기독교가 자연스럽게 불교와 유교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기독교는 성속을 구별하지 않고 사람을 구별합니다. 예수 믿고 성령님의 인도를 받는 사람과, 예수 안 믿고 자기 힘으로 사는 사람으로 구별을 합니다.
예수 믿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 그것이 예수 믿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일’입니다. 꼭 목회만 하나님의 일이 아니라니까요. 그러므로 예수 믿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은 하나님의 일이기 때문에 하나님께 하듯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골3:23)
예수 안 믿는 사람이 하는 일은 그 일이 무슨 일이든 그냥 ‘사람의 일’입니다. 교회에 십자가를 다는데 너무 높아서 전문 업자를 불렀습니다. 그분들은 십자가를 달아주고 돈을 받아 갔습니다. 아무리 십자가를 세우는 일이라도 그분들에게는 그냥 ‘돈 버는 일’ 이었을 뿐 하나님의 일을 한 것이 아닙니다. ⓒ최용우